솔직히 처음엔 그냥 「투투장부주」 팬심으로 1화를 눌렀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스쳐 지나가던 쌍옌 오빠가 주인공이라니, 가볍게 보다 말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32부작을 끝낸 지금, 이게 단순한 달달 로맨스가 아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5년 2월 넷플릭스와 유쿠에 공개된 중드 「난홍(难哄)」 — 영문 제목은 The First Frost — 은 예상보다 훨씬 무게감 있고, 예상보다 훨씬 예뻤습니다.
순애보 남주와 몽유병이라는 설정,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난홍」은 죽이(竹已)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구우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백경정이 쌍옌 역을, 장약남이 원이판 역을 맡았습니다. 같은 작가의 소설 「투투장부주」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자매작이라는 점에서, 두 작품을 연달아 보면 등장인물들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드라마라고 하면 '재회 후 점점 가까워지는' 단순 구조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난홍」이 꺼내 든 소재는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몽유병(夢遊病)이었습니다. 몽유병이란 수면 중 무의식 상태에서 신체 활동이 일어나는 수면 장애의 일종으로, 당사자는 아침에 일어나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소재가 로맨스 드라마에 등장한다는 게 처음엔 의아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이게 단순한 재미 장치가 아니었습니다. 원이판의 몽유병은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사연이 드러날수록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습니다.
백경정이 연기한 쌍옌은 소위 말하는 츤데레(ツンデレ) 캐릭터입니다. 츤데레란 겉으로는 차갑고 퉁명스럽게 굴지만 속으로는 깊이 아끼는 이중적 매력을 가진 인물 유형을 가리킵니다. 제가 직접 1화부터 32화까지 보면서 확인한 건, 이 캐릭터가 정말 교과서적인 츤데레라는 것입니다. "음식이 너무 많아서 버리면 아까우니 네가 좀 먹어"라고 쳐다도 안 보며 건네는 대사 하나로 심쿵을 당하고 말았으니까요.
장약남 배우는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첫사랑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화면에서 직접 확인하면 바로 납득이 됩니다. 맑으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가 원이판이라는 캐릭터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솔직히 제가 끝까지 정주행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 원작: 죽이(竹已)의 웹소설 「난홍」 — 「투투장부주」와 같은 작가의 자매작
- 공개: 2025년 2월 18일, 넷플릭스 및 유쿠 동시 공개 (출처: Netflix)
- 분량: 총 32부작 — 중드 치고 부담 없는 볼륨
- 주연: 백경정(쌍옌 역) × 장약남(원이판 역)
- 연출: 구우녕 감독
여주 팔자가 너무 세다는 게 이 드라마의 진짜 변수였습니다
로맨스 드라마를 볼 때 일반적으로 '위기'란 오해나 삼각관계 정도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난홍」에서 원이판이 겪는 사건들은 그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중간쯤에서 원이판의 과거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 저는 달달한 로맨스를 즐기려다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한 것도 모자라, 재혼을 위해 딸을 버린 어머니, 그리고 '키워 줬다'는 명목으로 군림하는 숙모까지. 여기에 더해 외모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 드라마는 여성 혐오적 범죄를 꽤 직접적으로 다루는데, 이 부분이 예상보다 수위가 있어서 시청 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원이판이 과거의 그늘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진짜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자기 돌봄, Self-care)이 핵심입니다. 자기 돌봄이란 외부의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를 가장 먼저 챙기고 아끼는 태도를 말합니다. 원이판이 상처를 준 어머니와의 관계를 스스로 끊고, 숙모에게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는 장면은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저도 그 장면에서 '나는 어떤가' 하고 잠깐 멈추게 됐습니다.
드라마 속 방송국 기자라는 원이판의 직업, 게임 디자이너 겸 펍 사장인 쌍옌의 설정은 이 드라마를 한국의 90년대 트렌디 드라마(Trendy Drama)와 비교하게 만듭니다. 트렌디 드라마란 당대 도시 청년들의 세련된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장르를 뜻하며, 한국에서는 「질투」, 「느낌」 같은 작품들이 그 계보를 이었습니다. 「난홍」은 중국판 트렌디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습니다. 배달 앱 기반 바이크 심부름꾼 친구, 영 리치(Young Rich)의 호화 아파트 등 요즘 도시 청년 문화가 곳곳에 배어 있어, 중국 현대 도시 문화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중국 OTT 플랫폼 유쿠의 발표에 따르면 「난홍」은 공개 직후 플랫폼 내 트렌드 상위권에 올랐습니다(출처: 유쿠(優酷)).
두 주인공이 동거라는 설정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들여다보고 보듬어 가는 흐름은, 보는 내내 이른바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종류의 따뜻함입니다. 극적인 반전보다 이 온도감이 이 드라마의 진짜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투투장부주」를 안 봐도 「난홍」을 즐길 수 있나요?
A. 「난홍」은 독립된 이야기로 완결되기 때문에, 「투투장부주」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두 작품을 연달아 본 경험상, 「투투장부주」를 먼저 보고 오면 쌍옌이라는 인물에 훨씬 빠르게 애정이 생깁니다. 순서가 있다면 「투투장부주」 → 「난홍」을 권합니다.
Q.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 편인가요? 가볍게 보기 좋은 드라마인가요?
A. 일반적으로 로맨스 드라마는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난홍」은 중후반부터 여성 혐오적 범죄나 가정 폭력 관련 서사가 등장해 생각보다 수위가 있습니다. 달달한 장면과 무거운 장면이 교차하기 때문에, 완전히 가볍게만 보고 싶다면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전체 톤은 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Q. 남성 시청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가요?
A. 이 드라마는 원작 소설 속 쌍옌, 즉 남주인공의 시선이 서사의 중심에 있는 편입니다. 여주인공 원이판의 이야기이지만 쌍옌의 감정선이 내러티브를 이끄는 구조라, 로맨스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남성 시청자도 비교적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디자이너, 펍 운영 같은 직업 설정도 한몫합니다.
Q. 넷플릭스에서 한국어 자막으로 볼 수 있나요?
A. 2025년 2월 18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으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총 32부작으로 중드 중에서는 부담 없는 분량입니다. OTT 서비스 정책이나 제공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신 정보는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결론
「난홍」을 다 보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드라마는 '예쁜 주인공들의 달달한 재회 로맨스'라는 포장 안에,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쌍옌의 순애보와 장약남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울리는 메시지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투투장부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로맨스 드라마를 잘 안 보시더라도 도시적인 세팅과 묵직한 서사가 취향이라면, 주말 정주행 목록에 올려두실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