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승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켰습니다. 40부작이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 배우 하나 믿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게 된 건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막리(莫离)」는 제가 중드를 보면서 처음으로 울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백록의 눈빛 연기, 이건 직접 봐야 압니다
제가 직접 봐서 말씀드리는데, 백록의 연기는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주변에서 백록, 백록 할 때마다 크게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근데 이번 「막리」에서는 달랐습니다. 제대로 인정하게 됐어요.
백록이 연기한 엽리라는 캐릭터는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인물입니다. 지략과 의술, 무술까지 겸비한 여주인공이에요. 그런데 그 안에 오래된 상처와 외로움을 담고 있어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 다 짊어지는 사람이에요.
백록이 혼자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장면에서 보여 준 공허한 눈빛 연기는, 보는 저도 같이 공허해질 만큼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덤에 누워 우는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 서글퍼 보였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중드 보다 운 게 이게 처음이라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무술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드에서 여배우의 액션 신은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 백록은 그 오랜 필모그래피 덕인지 무술 동작마저 자연스럽고 힘이 있었습니다. 말도 잘 타고요. 여리고 작은 체형에서 나오는 그 에너지가 진심으로 놀라웠어요.
여기서 잠깐, 이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인 권선징악(勸善懲惡)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이는 선한 자는 결국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는 고전 서사 원리입니다. 쉽게 말해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인데, 「막리」는 이 구조를 충실하게 따릅니다. 서서히 문제가 풀리면서 결말이 납득되는 방식이라 보는 내내 불쾌감 없이 따라갈 수 있었어요.
- 공허한 눈빛 연기 — 망상 장면에서 보는 이까지 멍하게 만드는 흡인력
- 무덤 씬 감정 연기 — 제가 중드 보고 처음 울게 만든 장면
- 무술 액션 —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운 동작과 승마 연기
- 권선징악 서사 — 결말이 납득되는 고전적이고 편안한 구조

승뢰 비교해 보니, 캐릭터 미스매치가 아닐까
이 부분은 좀 조심스럽습니다. 승뢰를 좋아해서 보러 간 사람으로서 쓰는 글이라 더요. 승뢰가 엄청 못한다고 말하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캐릭터 자체가 그런 거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보면서 '미스매치(miscast)'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스매치란, 배우의 실제 이미지나 음색이 캐릭터가 요구하는 것과 맞지 않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배우의 개인적인 역량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와의 궁합 문제인 거예요. 승뢰가 연기한 묵수요는 정왕이라는 무게감 있는 인물인데, 막상 목소리를 들어 보니 생각보다 얇고 가볍더라고요. 저도 처음 찐 목소리로 연기한다는 걸 알고 켰다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표정 연기와 대사를 뱉는 입 모양도 어딘가 어색한 장면이 꽤 있었어요. 완전히 못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자연스럽다고 하기도 애매한 장면이 반복되니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중간 회차부터 승뢰의 등장 분량 자체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주인공이 주도하는 드라마라는 건 알았지만, 팬 입장에서 아쉽다고 할 정도면 확실히 적게 나온 거예요. 저도 보면서 "이렇게나 안 나와?" 싶었으니까요.
다만 로맨스(romance) 신, 즉 두 사람의 감정선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을 말하는데, 이 드라마는 로맨스 신이 매우 적습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달달한 커플 케미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체감 실망이 클 수 있으니 미리 알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건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성격 자체가 그렇습니다.
승뢰가 현재 출연 중인 다른 작품 「옥점추」에서는 훨씬 찰떡인 캐릭터를 만났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막리에서의 느낌은 배우의 한계라기보다 배역과의 궁합 문제에 가깝다는 게 제 판단이에요.
고장극이라는 장르, 어디까지 믿고 볼 수 있나
「막리」는 고장극(古装剧)입니다. 고장극이란 중국의 고대 혹은 역사적 배경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 장르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의상, 궁중 예법, 권모술수 등 전통적인 요소가 결합된 형식으로, 중화권 드라마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장르 중 하나예요.
이 작품의 원작은 봉경(凤轻)의 소설 「성세적비(盛世嫡妃)」이고, 연출은 「화천골」과 「삼생삼세 십리도화」를 만든 린위펀(林玉芬) 감독이 맡았습니다. 이미 검증된 제작진이라는 점에서 믿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연출 자체는 안정적이었고, 서사의 흐름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낯설었던 건 엽리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종(鐘)과 대화하는 장면이었어요. 처음에는 "이거 판타지인가, 아니면 호러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 장면들의 의미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단순한 연출 기법이 아니라 엽리가 오랫동안 혼자 감내해 온 감정의 외화(外化), 즉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표현해내는 장치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앞서 이상하게 보였던 장면들이 전부 다시 보였어요.
반전도 있습니다. 크게 뒤집히는 반전은 아니고, 조각조각 흩어진 정보들이 모이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방식이에요.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반전이 없어서 싱겁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40부작을 매회 긴장감 속에서 보는 건 체력이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한명석과 이비백의 출연이 반가웠습니다. 「축옥」에서 봤던 얼굴들을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건 중드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재미입니다. 한명석은 「축옥」에서 비열한 연기를 잘했는데, 「막리」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귀엽고 순진한 캐릭터로 나와서 제가 직접 보고도 "이 배우 맞나?" 싶었을 정도였어요. 그것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참고로 「막리」는 2026년 6월 9일 CCTV-8에서 첫 방영됐고, 텐센트비디오를 통해 독점 공개됐습니다(출처: Tencent Video). 국내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에서 볼 수 있으며, 총 40부작입니다. 린위펀 감독의 전작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2017년 방영 당시 중국 내 누적 조회 수 480억 뷰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출처: Variety).
자주 묻는 질문
Q. 막리는 로맨스 드라마인가요, 아니면 궁중 정치극인가요?
A. 로맨스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드라마의 중심은 엽리라는 여주인공이 쇠락한 왕부를 정리하고 주변의 권모술수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 가까워요. 달달한 커플 케미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체감 실망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부분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Q. 40부작이 지루하지 않나요?
A. 분량이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있는데, 권선징악 구조라 서사가 비교적 편안하게 흘러갑니다. 극적인 반전보다는 조각들이 맞춰지는 방식으로 전개되니, 지루하다기보다는 묵묵히 따라가게 되는 느낌이에요. 다만 중반부에는 승뢰의 등장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백록 팬이 아닌 분이라면 처지는 구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백록 연기를 처음 보는데 이 드라마부터 봐도 괜찮을까요?
A.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백록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상태로 시작했는데, 이 작품 한 편으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어요. 눈빛 연기와 감정선, 액션까지 골고루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입문작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단, 울 준비는 하고 보셔야 해요.
Q. 막리, 어느 OTT에서 볼 수 있나요?
A. 국내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은 중국에서 CCTV-8과 텐센트비디오를 통해 2026년 6월 공개됐어요. 두 플랫폼 모두 자막을 지원하니 중드 입문자도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막리」는 승뢰 때문에 시작해서 백록 때문에 끝낸 드라마입니다. 제가 중드를 보면서 처음 운 작품이기도 하고요. 완벽해 보이는 사람 안에 숨겨진 외로움이 얼마나 깊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곁을 말없이 지켜 주는 사람의 온도가 얼마나 따뜻한지를 이 드라마에서 느꼈습니다.
로맨스 비중이 적고 40부작이라는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권선징악 서사의 편안함, 백록의 압도적인 감정 연기, 그리고 엽리라는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판단합니다. 강하고 주체적인 여주인공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단, 휴지는 꼭 옆에 두고 보세요.